이번 주의 의료진께 · 게시 2026.05.07
단순히 쇠약해지신 줄 알았습니다
지난 몇 달 사이 어머니께서 부쩍 말수가 줄고 걸음이 느려지셨습니다. 잠을 자주 주무시고 식사량도 떨어지셨습니다. 가족은 「여든이 넘으셨으니 그러시려니」 하며 동네 의원에서 영양 주사와 비타민을 받으며 지내왔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같은 말씀을 반복하시고, 익숙하던 화장실 길도 자주 잊으셨습니다. 자식들끼리 「치매가 시작된 걸까」 마음을 졸이다, 한 번만 큰 병원에서 봐 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신경외과를 찾아갔습니다.
진료실에서 홍순기 원장님께서는 어머니의 손을 가만히 잡아 보시고, 한두 걸음 걸어 보시라 청하신 다음 차분히 말씀하셨습니다. 「연세 탓만으로 보기엔 변화가 빠른 편입니다. 영상 한 장만 확인해 보시지요. 치료 가능한 원인이 숨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검사 결과는 만성 경막하 출혈이었습니다. 그제야 가족은 두어 달 전 어머니께서 화장실에서 살짝 미끄러지셨던 일이 떠올랐고, 흩어져 있던 점들이 한 줄로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원장님께서는 시술 과정과 회복 시점, 가족이 살펴야 할 신호까지 종이에 적어 가며 설명해 주셨습니다.
시술 다음 날 어머니께서 자식들의 이름을 한 사람씩 부르시며 「밥은 먹었니」 하고 물으셨을 때, 가족 모두가 병실 복도에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단순히 쇠약해지신 줄로만 알고 흘려보낼 뻔했던 시간을 다시 돌려주신 원장님과 신경외과 식구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같은 마음으로 망설이고 계실 다른 가족들께도, 한 번쯤은 정확히 들여다봐 주시는 분을 만나 보시라고 전하고 싶습니다.